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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태양광발전소 사업자들을 모집한 자가 그 사업자들 명의로 공사업체와 작성한 공사도급계약서에 따른 계약의 효력이 사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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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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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안의 개요

○ 원고는 태양광발전사업, 전기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들은 공사업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남원시 A 등 일대에 태양광발전소(이하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라 한다)를 설치한 후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사용전검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 O은 P 등의 상호로 사업중개업, 컨설팅 등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 부지를 매입하고 그 설치를 위하여 피고들을 모집한 사람이다. Q은 P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개발행위 및 대관 업무를 주로 담당하던 사람이다.

○ O과 피고들은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와 관련하여 태양광발전소 설치공사 계약서(이하 ‘O 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O 계약서에는 “모든 공과금, 토지대금, 공사비 일체는 총공사비에 포함된다. 토지대금 및 공사비 등 모든 비용은 O 계좌로 입금한다. 부가가치세는 조기 환급 후 재입금 또는 피고들이 O에게 환급위임을 하여 처리한다.”라는 취지의 특약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와 관련하여서는, 원고를 수급인, 피고들을 도급인으로 하는 도급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도 존재한다. 이 사건 계약서의 특약조항에는 “공사금액의 지급은 원고의 법인 계좌로 이체되는 금액만을 인정한다. 계약금은 계약 시, 중도금은 착공 시(또는 구조물 입고 시), 잔금은 사용전검사 합격 시 지급하고, 원고는 피고들에게 1주일 이전에 대금지급을 요청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계약서에는 작성일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 피고들은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위하여 O(피고 B의 경우 Q)을 수임인으로 하고, 남원시장(피고 D의 경우 전북도청)을 수신인으로 한 전기사업허가 관련 신청위임장을 작성하여 주었다. 여기에는 피고들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 있는데, 피고 B, C, K의 위임장은 “상기 본인은 전기사업 관련 민원신청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권한을 위임합니다.”라는 내용이고, 피고 D, E, F, G, H, I, J, L, M, N의 위임장은 “상기 본인은 전기사업허가 민원업무신청 및 공사비와 자재비 지급 등 공사에 관련된 업무 일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권한을 위임합니다.”라는 내용이다.

 

2. 당사자들 주장 요지

가. 원고

이 사건 계약은 원고와 피고들의 대리인 O 사이에 체결된 계약으로서 피고들에게 효력이 있다. 설령 O에게 피고들을 대리할 권한이 없었다 하더라도 앞서 본 위임장을 기본대리권으로 하여 민법 제126조 소정의 표현대리가 성립하므로, 여전히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설령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들이 원고를 공급자로 하는 전자세금계산서를 기초로 부가가치세 신고를 함으로써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였으므로, 여전히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나. 피고들

피고들은 O과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이 사건 계약서는 피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계약서로서, 피고들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3. 관련 법리 및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서의 진정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문서에 날인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임이 사실상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의하여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위와 같은 사실상 추정은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 이외의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깨어지는 것이므로, 문서제출자는 그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3다68635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 명의인은 원고(수급인), 피고들(도급인)이다. 그런데 피고들 이름 옆에 날인된 인장이, 피고들이 직접 날인한 것이 아니라 O 또는 Q이 날인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O 또는 Q의 날인행위가 피고들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하여야 이 사건 계약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으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 이 사건 계약서에는 피고의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 대리인에 의하여 도급계약서가 작성될 때 통상적으로 첨부되는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서가 작성되기 훨씬 이전에 O과 사이에 O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그 무렵부터 O에게 공사대금 대부분을 이체하였다. 이미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대금도 대부분 이체한 피고들이 원고와 사이에 별도의 도급계약을 추가로 체결할 이유가 없고, 그러한 권원을 O에게 부여할 이유도 없다. 또한 이 사건 계약서상의 공사대금은 O 계약서상의 공사대금보다 소액인데, 피고들이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는 사실을 인지하였다면 과지급된 차액 만큼의 반환을 요구하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정은 없다

○ 피고들이 O 또는 Q에게 작성하여 준 위임장은, 남원시청에서 보내준 전기사업 허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문서에 불과하다. 그 수신인은 남원시장(또는 전북도청)이고,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계약 체결일 훨씬 이전에 작성된 문서이다. 이는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려고 하는 피고들이 전기사업 허가를 받는 절차를 O을 통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관할 관청에 제출하기 위한 행정 목적의 서류라고 판단될 따름이다. 위임장 일부에 기재된 ‘공사에 관한 업무 일체’에 이 사건 계약서 작성 권한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나. 표현대리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자칭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그와 같이 믿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여기의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자칭 대리인의 대리행위가 행하여질 때에 존재하는 제반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에 있어서 무권대리인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의 여부는 대리행위인 매매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고 매매계약 성립 이후의 사정은 고려할 것이 아니다(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472 판결 참조). 그리고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에 있어서 제3자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함은 제3자에 과실이 없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선의일 뿐만 아니라 무과실이어야 하고(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56392 판결 참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다.

2) 구체적 판단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의 요건 중 하나인 기본대리권에는 공법상 행위에 관한 대리권도 포함되므로, 위에서 본 전기사업 허가 신청을 위한 위임장을 근거로 기본대리권의 존재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O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들을 직접 만난 적은 물론 연락조차 해 본 적이 없으며 이 사건 계약서는 공사대금이 상당히 거액임에도 불구하고 인감증명서도 첨부되어 있지 않고, 공사 시작 전에 작성된 것이 아니라 공사가 거의 마무리될 단계에 작성된 것인데 공사를 실제로 진행한 원고는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지위에 있었다.

○ 이 사건 계약서에는 작성일도 누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금액 지급 시기도 단순히 계약 시․착공 시 등 추상적으로만 정하고 있어 일반적인 태양광발전소 설치 계약서 형태와도 매우 다르며, 원고가 종전에 O에게 보낸 미수금 내역에서 알 수 있듯이 원고 스스로도 이미 O을 통하여 상당한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상태였는데 그와 같이 이미 지급된 공사대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 아무런 기재도 없는바, 결국 이 사건 계약서는 작성 시기나 형태로 미루어 볼 때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 설치보다는 사후적으로 부가가치세 환급 등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 원고가 보았다는 전기사업 허가 신청 관련 위임장은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시점 기준으로 한참 전에 작성된 것이고, 그 기재에 따르더라도 남원시장에게 제출될 목적임이 명백하며, 태앙광발전소 공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원고 입장에서도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위와 같은 위임장을 가지고 새로운 도급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을 것임에도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원고가 O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낸 자료를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계약체결일자 이전에 이미 공사 중으로 표시된 피고가 다수 확인되는바, 이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과는 별도로 피고들이 체결한 계약(이 사건의 경우 O 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에 따라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 무권대리행위 추인 여부

1) 관련 법리

무권대리행위나 무효행위의 추인은 무권대리행위 등이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키도록 하는 단독행위로서 그 의사표시의 방법에 관하여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므로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묻지 않는다 할 것이지만,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결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관계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태양광발전소 설치 관련하여 세무서에 접수된 피고들 명의 부가가치세 환급 신고서에 이 사건 계약서가 첨부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O의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직접 공사대금 청구를 한 적이 없다가 O이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2022년 말경 P를 폐업한 후 2023. 2.경 원고에게 더 이상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하자 이 사건 소 제기 얼마 전인 2023. 3.경에야 피고들에게 공사대금을 입금하여 달라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다.

○ 피고들은 위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는 원고의 존재는 물론 이 사건 계약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던 것으로 보이고, 이처럼 무권대리행위(이 사건 계약서 작성)가 있음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 부가가치세 환급 신고는 무권대리행위 추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

○ 부가가치세 환급 신고를 실제로 한 주체는 피고들 본인이 아니라 O으로 보이는데, 본인이 아닌 무권대리인이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을 할 수는 없다.

 

4. 사건의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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